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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취미생활/에세이

습관(아니고 버릇)

by 소녀마리아 2021.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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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래가사에도 있듯이 습관이란건 무서운거다. 습관이 오래도록 몸에 베여 무의식적으로 행동을 하게 되면 버릇이 된다. 습관은 긍정적 의미로 느껴지지만, 버릇은 나쁘고 부정적 의미로 받아 들여진다. 습관이 버릇이 될수 있지만 보통은 버릇이 습관이 되진 않는다. 반복적으로 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같지만, 사용이나 의미가 다른 두 단어. 나는 습관이라 여겼던 행위가 생각해보니 버릇인 행동이 있다.

 

코 파기.

나는 자면서 코를 판다.

낮에 아무리 지루해도 코를 파거나 내 코딱지를 굳이 꺼내어 보고싶지 않다. 코가 아무리 막혀도 코를 풀지 코를 파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잠이 들면 나도 모르게 내 콧속 이물질을 끄집어 낸다. 이는 아주 깊이 잠들었을때 이성적인 뇌 판단이 아닌 그저 마법에 걸린것처럼 자연스레 새끼 손가락이 코로 들어간다. 잠든 사이 모르게 행동하는데 어떻게 아느냐...? 가끔 코를 파다 격한 손가락질로 깨곤 한다... 왜, 코고는 사람들이 '나는 코를 골지 않는다.' 라고 하면서도 자신의 코골이 소리에 깨듯 말이다. 코를 파는 중 깨어나면 얼른 멈추고 다시 잠이 들지만, 곧이어 다시 손가락은 콧속을 헤집는다.

 

  이 버릇은 언제 생겼는지도 모를 정도로 내가 기억하는 평생에 이어져온 잠버릇이다. 이는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나만의 비밀. 자부하건데, 이 비밀은 엄마 그리고 배우자 외엔 아무도 모를거다. 배우자도 내가 직접 말하기전에는 아마 몰랐을거다. 같이 깊이 잠든사이에 깨서 굳이 나의 잠버릇을 관찰하고 잠들진 않을테니까. 하지만 혹여라도 잠결에 깨서 나의 추한 모습을 보고 놀라지 않을까 싶어, 알리긴 했다만 실제로 내가 자면서 코를 후비적거리는 모습을 본적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지금도 나는 이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몇일 전 아이와 같이 자고 일어났는데, 엄마가 "자면서 제발 코 좀 그만파" 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또 팠어? 기억안나"라며 나의 버릇이 아직까지 건재함을 파악했다. 아무래도 나의 이 버릇은 세살버릇 여든까지 가려나보다.

 

  어째서 이런 버릇이 생긴걸까 생각해보면 잠든 사이 공기가 건조해진 탓에 코가 막혀 답답하여 건들다 보니 생긴 습관인지 모르겠다. 그러다 콧속이 시원해지는 쾌감?탓에 계속해서 이어져오다 지금의 버릇이 된게 아닐까.

이유야 어쨌든, 고쳐지지 않을 이 버릇은 지금처럼 계속 비밀로 간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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